반응형 한국여행의 추억41 청송 주산지 - 물 위에 떠 있는 나무들이 만드는 침묵의 풍경 1. 서론 - 300년 묵은 고요함 속으로 어떤 장소는 도착하는 순간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세상의 속도와 무관하게, 그곳만의 시간을 가진 듯한 곳들이 있다. 경북 청송의 주산지가 그런 곳이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300년을 살아온 왕버들 나무들이 잔잔한 수면 위로 가지를 드리우고, 그 그림자가 물에 비치는 풍경. 바람 한 점 없는 이른 아침이면 하늘과 땅, 나무와 그림자의 경계가 사라진다. 주산지는 조선 경종 원년인 1721년에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다. 아랫마을 농민들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평범한 저수지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물속에서 자라난 왕버들 나무들이 이곳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었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이 작은 저수지는, 이제 청송을 대표하.. 2025. 12. 8. 서산 간월암 -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암자에서 만난 고요 1. 서론 가끔은 세상 끝에 홀로 서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곳, 바다와 하늘만 있는 곳. 그곳에서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날. 충남 서산에는 그런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암자가 있다.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처럼 떠 있는 간월암. 썰물 때만 걸어서 갈 수 있는 이 작은 암자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을 선물한다. 간월암은 서해 바다 위 작은 섬에 자리한 암자다. 밀물 때는 바다에 고립되어 섬이 되고, 썰물 때는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갈 수 있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길을 내어주는 시간에만 갈 수 있는 곳. 그 신비로움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 암자는 신라 때 무학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달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의 간월암(看月庵). 바다 위에서 달을 바라보.. 2025. 12. 7. 영월 청령포 - 강물이 감싼 유배지에서 만난 고요한 슬픔 1. 서론 어떤 장소는 풍경만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말없이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오래전 누군가의 슬픔과 고독이 전해지는 곳.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가 그런 곳이다. 서강이 세 방향을 둘러싼 이 작은 땅에서, 조선의 어린 왕 단종은 유배 생활을 했다. 그로부터 5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곳의 공기는 여전히 그 시절의 슬픔을 머금고 있는 듯하다. 청령포는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 위치한 작은 섬 같은 땅이다. 서강이 U자 형태로 굽이치며 삼면을 감싸고, 한 쪽만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험한 산으로 막혀 있어 사실상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단종은 17세의 나이로 이곳에 유배되어 두 달을 보낸 뒤 영월관아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청령포는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지만, 동시에 .. 2025. 12. 5. 함양 상림숲 - 천년을 걸어온 숲에서 시간을 멈추다 1. 서론 가끔은 아무 계획 없이 걷고 싶은 날이 있다. 목적지도, 시간도 정하지 않고 그저 나무 사이를 걸으며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그런 날. 경남 함양에는 그런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숲이 있다. 천년을 살아온 나무들이 만든 터널 아래를 걷다 보면, 도심에서 쌓였던 긴장이 천천히 풀어지는 걸 느낀다. 함양 상림숲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관광지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곳의 본질은 '관광'이 아니라 '머무름'이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천천히 산책하는 노부부, 카메라를 들고 빛을 담으려는 사진가. 이곳에서는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보낸다. 2. 상림숲, 천년의 역사를 품다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 아래 자리한 상림은 신라 진.. 2025. 12. 2. 부여 구드래나루터 - 백제의 숨결이 머무는 강변 산책길 1. 서론 여행지를 고를 때, 우리는 가끔 '이름값'에 너무 기대를 걸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유명한 곳보다, 느리게 걸으며 바람을 맞았던 작은 산책로일 때가 많습니다. 충청남도 부여에 위치한 구드래나루터는 그런 곳입니다. 백마강이라 불리는 금강의 한 구간, 그 물가에 자리한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쉬어가는 곳'에 가깝습니다. 낙화암 아래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고요하고, 백제의 역사가 스민 풍경은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이 글에서는 구드래나루터를 중심으로 부여의 숨은 산책 코스를 소개하며, 실제로 걸으며 느낀 감정과 정보를 담아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용한 안내를 전하고자 합니다. 특히 가을부터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의 구드래나루터.. 2025. 11. 21. 경북 군위 사유원 - 고요한 사색과 건축이 만나는 곳, 그리고 주변 여행지 1. 서론: 입장료 5만 원짜리 숲에서 발견한 침묵의 가치 여행지를 고를 때 입장료만 5만 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경북 군위의 사유원(思惟園)은 그 금액이 아깝지 않은,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20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숲 속에서 세계적인 건축물과 수백 년 된 나무들을 만나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진정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바로 사유원입니다. 최근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진 이곳은, 단순한 수목원을 넘어 예술과 자연, 그리고 건축이 하나로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걷고, 멈추고, 생각하며 일상에서 잊고 있던 고요함을 되찾아갑니다. 2. 사유원은 어떤 곳인가요.. 2025. 11. 16. 이전 1 2 3 4 ···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