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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의 바람, 양떼와 함께 걷다
    한국여행의 추억 2025. 10. 16. 22:49


    1. 바람이 먼저 말을 거는 곳, 대관령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은 이름만으로도 푸근하다.
    산등성이마다 흐르는 바람은 부드럽고, 그 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온 시간이 느껴진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초록빛 언덕 위로 흰 점들이 보인다.
    바로 대관령 양떼목장이다.

    대관령의 바람


    2. 대관령 양떼목장 - 순수한 평화의 초원

    1988년 문을 연 대관령 양떼목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양목장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의 소음을 내려놓고 자연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는 공간이다.
    1.2km 정도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 소리와 풀잎의 향기가 마음을 정화시킨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건초 먹이 주기다.
    아이들은 양에게 손을 내밀며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양의 부드러운 코끝이 손을 간질이는 감촉에 아이의 얼굴엔 금세 웃음이 번진다.
    이 짧은 체험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생명과 교감하는 시간이다.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우리에게 단순함이 가장 풍요롭다는 조용한 메시지를 남긴다.
    이곳에는 화려한 시설도, 요란한 음악도 없다.
    그저 초원과 바람, 그리고 생명의 호흡만이 존재한다.
    그 단순함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3. 삼양목장 -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초원

    양떼목장에서 조금 더 오르면,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는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삼양목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목장으로, 서울 여의도의 약 7배 크기다.
    버스를 타고 오르면 ‘하늘목장’이라 불리는 초원이 펼쳐진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 다니고, 억새가 물결처럼 흔들린다.

    이곳은 단순한 목축지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을 배우는 생태 공간이다.
    우유 짜기, 치즈 만들기, 곡물 수확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를 몸으로 배운다.
    교과서 대신 바람과 흙이 교사가 되는 셈이다.


    4. 평창의 자연이 주는 교훈

    평창의 목장들은 자연을 소비하지 않고 공존의 원리로 운영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양떼목장과 삼양목장은 방문 인원을 제한하고, 친환경 사료를 사용하며,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식을 지향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은 '보는 것' 이 아니라 '존중하는 것' 임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5. 사계절이 들려주는 목장의 이야기

    이곳의 풍경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색을 띤다.
    봄에는 새싹이 피어나고, 여름엔 푸르름이 짙어지며,
    가을에는 황금빛 억새가 바람에 출렁인다.
    겨울엔 하얀 눈이 초원을 덮어 고요한 동화 속 풍경을 만든다.
    언제 찾아도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는 자연의 변화가 여행의 묘미다.


    6. 부모와 아이, 함께 배우는 여행

    양떼목장과 삼양목장은 아이에게 자연을 보여주기 좋은 곳이자,
    부모에게는 아이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이의 눈에 비친 초원은 단순한 풀밭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이다.
    부모는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함께 느끼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이곳에서의 배움은 시험 점수로 환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의 여행이 아이 마음에 남긴 감수성은
    오래도록 인생의 방향을 부드럽게 이끌어준다.


    7. 대관령의 하루가 남긴 것

    목장을 내려오며 다시 도심으로 향할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초원이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고요한 바람의 감촉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자연과 교감했던 ‘시간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양의 발자국이 남은 들판,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쳐간 순간들이 한 장의 그림처럼 남는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일상 속을 부드럽게 흔든다.

     


    8. 마무리 - 느림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평창의 목장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아이는 세상의 질서를 배우고, 어른은 잊고 있던 여유를 되찾는다.
    대관령의 초원 위에서 바람과 함께 걷는 그 시간은,
    우리에게 ‘진짜 여행’이 무엇인지 조용히 일깨워준다.

    진짜 여행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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